종이에선 힘 못 쓰는 코로나, 플라스틱 만나면 펄펄 나는 이유

 종이에선 힘 못 쓰는 코로나, 플라스틱 만나면 펄펄 나는 이유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처음 피해가 발생한 지 1년이 되면서 베일에 가려졌던 코로나19 바이러스 자체에 대한 특성도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생존 능력'에 대한 비밀은 아직도 완전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일단 이 바이러스는 플라스틱 표면 위에서는 일주일까지도 버티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종이 위에서는 몇 시간만 지나도 감염성을 잃어버리는 것으로 보고됐다.

종이나 천 같은 다공성(多孔性) 표면보다 매끄러운 비(非)다공성 표면에서 더 오래 생존한다는 것이다.


자료; 미 육군 감염병 연구소 등 
자료; 미 육군 감염병 연구소 등



이러한 차이는 여러 실험을 통해 거듭 확인됐지만, 이유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실험 과정에서 천·종이에 흡착된 바이러스를 제대로 떼어내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바이러스 생존 시간을 설명하는 몇 가지 가설이 제시돼 눈길을 끌고 있다.


프랑스 툴루즈대학 수의학과 드니어 코르페 명예교수는 지난 4일 '의학적 가설(Medical Hypotheses)' 저널에 기고한 논문에서 "다공성 표면에서는 바이러스가 쉽게 말라 오래 버티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이와 달리 폴리프로필렌이나 플라스틱, 유리 등과 같이 수분이 흡수되지 않는 방수 표면에서는 물방울이 남아있어 바이러스를 건조로부터 보호한다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구조

코로나 바이러스 구조

코르페 교수는 "바이러스 속에 물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인플루엔자바이러스의 경우 건조중량의 150~230%의 물이 들어 있다"며 "코로나바이러스나 인플루엔자바이러스의 경우 외막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세포에 있던 물이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포에서 바이러스가 떨어져 나갈 때 세포막과 함께 세포질의 물도 함께 가져간다는 것이다.

코르페 교수는 "바이러스가 구조적으로 안정하려면 외막 양쪽으로 물이 있어야 한다"며 "다공성 표면보다 비다공성 표면은 바이러스의 수분을 빼내지 않기 때문에 바이러스 생존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코르페 교수는 "상대습도가 20% 이하이거나 상대습도가 80% 이상인 조건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며 "건조한 조건에서 전파가 일어나지 않는 것은 다공성 표면이 수분을 흡수한다는 가설과 맞아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상대습도 80% 이상인 조건에서 바이러스 전파가 감소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이와 관련 일부에서는 사람이 기침·재채기·대화 때 배출된 미세한 침방울이 높은 습도에서는 빨리 마르지 않는 게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수분이 유지된 에어로졸은 무게 때문에 멀리 퍼지지 않고 바닥에 떨어지고, 이로 인해 바이러스 전파가 덜 된다는 것이다.

다공질이 아닌 구리 표면에서 바이러스가 일찍 사멸하는 것과 관련해서 코르페 교수는 "구리는 전도도가 높아 수분 증발이 빠르고, 구리 표면에서 활성산소가 생성돼 바이러스를 불활성화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르페 교수는 "이번 가설이 구체적으로 확인되면, 어떤 표면에서 바이러스가 얼마 동안 버틸 수 있는 지 예측이 가능하고,. 그에 따라 새로운 다공성 물체를 설계해 바이러스 생존을 억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얇은 액체 필름이 바이러스 보호
인도 뭄바이에 위치한 인도기술연구소 연구팀은 지난달 24일 '유체 물리학(Physics of Fluid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침방울이 증발하더라도 나노미터(nm, 1nm=10억분의 1m) 수준의 얇은 액체 필름이 표면에 흡착된 바이러스를 보호한다고 주장했다.

호흡기에서 배출되는 침방울 수분의 99.9% 이상은 몇 분 이내에 말라버리지만, 남은 액체 필름은 아주 느리게 증발하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몇 시간 혹은 며칠 동안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액체 필름 형성과 건조. 자료: 인도 봄베이 기술연구소

액체 필름 형성과 건조. 자료: 인도 봄베이 기술연구소

연구팀은 "액체 필름에서도 증발이 일어나는데, 표면에 따라 차이가 있다"며 "모델 분석 결과, 구리에서 가장 빠르고 폴리프로필렌에서 가장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판지나 직물과 같은 다공성 표면의 경우 분석하지는 않았지만, 다공성 표면에서는 건조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인도 연구팀은 예상했다.

한편, 지난달 20일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대학과 스위스 바젤 대학 등의 연구팀은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medRxiv)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역 사회의 코로나19 전파에서 표면 오염을 통한 전파가 차지하는 비중은 0.2~5%로 그리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표면 오염과 감염 위험. 2개의 연구 결과에서 확인된 바이러스 농도를 기준으로 하면 표면 오염으로 인해 실제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은 0.2~5% 범위인 것으로 분석됐다. 자료: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대학

표면 오염과 감염 위험. 2개의 연구 결과에서 확인된 바이러스 농도를 기준으로 하면 표면 오염으로 인해 실제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은 0.2~5% 범위인 것으로 분석됐다. 자료: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대학

오염된 표면을 만지고, 손을 통해 전파되는 것보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바이러스를 흡입해 전파되는 위험이 훨씬 커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연구팀은 횡단보도 신호등 버튼이나 대중교통 버튼, 현금인출기(ATM), 계단 난간 등을 자주 접촉할수록 감염 위험이 높아지는 만큼 손을 자주 씻고 손 소독제를 널리 사용하는 기존 전략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또 "마스크는 물체 표면 오염에 의한 전파를 억제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비말이 생성되고 퍼지는 것을 막기 때문에, 손과 물체 표면 오염을 줄일 수 있고, 손과 입의 접촉 빈도를 줄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앙일보 강찬수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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